헌법의 시각에서 보는 탄핵과 내란죄 논란
윤석열 대통령의 느닷없는 계엄 발동 이후 정치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국정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3일 밤 10시 27분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2시간 40분 만에 국회가 재석의원(190명) 전원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를 결의했다. 이에 국회 경내로 진입했던 계엄군이 즉각 퇴각했고, 계엄선포 후 6시간 만에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7일 오전 10시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계엄선포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면서, 2차 계엄은 없으며 “임기 포함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을 우리 당(국민의힘)에 일임하겠다”라고 밝혔다. 당일 밤 9시경 국회에서 발의된 탄핵소추안이 국회의원 200명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되었다. 8일 오전 11시 국무총리와 여당(국민의힘) 대표가 공동으로 담화를 발표하고, 대통령 퇴진을 언급하면서 ‘대통령이 외교 포함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야당은 계속해서 탄핵과 내란죄로 정치적 공격을 가하고 있다. 8일 검찰은 대통령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와중에 국민의 격정(激情)이 정치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국회를 장악한 야당은 탄핵과 내란죄 주장으로 국민의 격정을 부추기고 있다. 국민의 의견은 극명하게 갈려 정치투쟁의 거센 파도에 휩쓸려 들어가고 있다. 실로 정치적 위기이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순간의 격정(激情)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와 파면 및 구속으로 이어져 국가적 혼란과 위기를 겪었던 2017년의 경험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떤 이유로든 주권자가 선택한 대통령의 직무정지와 파면은 헌법의 규정과 절차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 실체 없는 내란죄 논란으로 국론이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헌법에 근거해 작금의 정국 혼란에 따른 몇 가지 쟁점을 냉정하게 분석해 본다.
첫째, 지금의 상황은 대통령과 국회(정확히는 다수당인 야당)가 서로의 헌법적 권한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서로 치고받는 난투를 벌이고 있는 정치투쟁의 상황이다. 헌법 투쟁이 아니며 헌법의 위기도 아니다. 정치에서 절대적인 선(善)은 없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여·야는 자신은 선(善)이고 상대는 악(惡)이라고 규정하면서 극한으로 달리고 있다.
둘째, 이번 계엄발동의 배경 중에는 거대 야당의 입법권 폭주가 있다. 야당은 총선에서 얻은 다수표를 무기로 삼아 장관과 검사는 물론 방송통신위원장과 감사원장 등 고위 정부 관료들을 닥치는 대로 탄핵 소추해 직무를 정지시켰다. 한국 정치사는 물론이고 세계 의정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법집행기관인 검찰·경찰·감사원, 그리고 대통령실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 경비를 전액 삭감해 사실상 기능 무력화를 시도했다. 예산의결권은 국회 권한이지만, 정상적인 권한 행사로 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큰 위기를 감지하고, 국가원수로서 가진 헌법상 계엄발동권 카드를 꺼내어 들었다. 하지만 국회의 반격 카드인 계엄 해제요구권에 막혀 헌법에 따라 대통령은 계엄 카드를 접었다.
셋째, 대통령의 계엄권 발동은 헌법의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헌법(77조)은 “전시(戰時)·사변(事變)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를 계엄의 발동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 하위법인 계엄법은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비상계엄의 선포 요건으로 하고 있다. 아마도 대통령은 야당의 입법과 예산 폭주로 행정과 사법 기능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는지 모르지만, 오판의 가능성이 크다. 또한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한 행위는 계엄 권한의 한계를 넘은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넷째, 그렇지만 대통령의 계엄발동이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헌적인 행위라고 해서 대통령을 처벌해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계엄의 요건과 행사에 관한 1차적 판단은 권한을 가진 대통령의 몫이다. 그 판단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 다만 그 잘못(위헌성)을 사후적으로 확인해서 권한 행사를 무효로 돌리는 권한은 헌법재판소에 있다. 그러나 위헌무효라고 해서 그 권한행위자를 처벌하지 않는다. 많은 법률이 헌법재판소에 의해서 위헌무효로 선언되었다고 해서, 법률제정행위자를 처벌하지는 않는다. 위헌확인의 효력은 그 권한행사의 효력을 배제할 뿐이다. 만일 계엄발동으로 대통령을 처벌해야 한다면, 위헌법률을 제정한 국회의원들도 처벌받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위헌적인 권한행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고, 그 시정은 효력의 배제이지 처벌이 아니다.
다섯째, 대통령의 계엄선포와 권한행사는 내란죄(內亂罪)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형법(87조)의 내란죄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그에 준하여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행위”이다. 대통령의 권한행사에 위헌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권한행사를 ‘폭동(暴動)’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검찰이 대통령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한 것은 매우 성급한 판단이며, 대통령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방해하는 위험한 조치이다.
여섯째, 국회의장은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표결 결과에 대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투표 불성립”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는 꼼수이며 헌법과 국회법 위반이다. 탄핵소추안이 재적의원 과반수 발의로 표결에 들어갔고, 투표 결과 투표수가 총 195표로 헌법상의 의결요건인 ‘재적의원 3분의 2(200표)’를 넘지 못하였다. 그렇다면 이는 ‘안건 부결’인 것이지 ‘투표 불성립’이 아니다. 국회법 제92조(일사부재의)는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할 수 없다.”라고 못 박고 있다. 그런데도 야당은 탄핵소추안을 계속해서 내겠다고 한다.
일곱째, 대통령이 지난 7일 담화에서 ‘정국 안정 방안을 여당에 일임’하겠다고 한 것은 임기를 포함한 수습 방책을 마련해 달라는 취지로 읽어야 한다. ‘수습책의 일임’인 것이지 ‘국정운영의 일임’이 아니다. 헌법상 그럴 수도 없다. 현재 대통령은 궐위(闕位)나 유고(有故) 상태가 아니다. 현재 누구도 대통령의 권한을 대신할 수 없다. 그런데 여당 대표가 대통령 퇴진을 언급하고 ‘대통령이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불필요하게 또 다른 헌법 논란을 일으키는 큰 실수이다.
이제 대통령이 직접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주권자(국민)로부터 위임을 받은 대통령만이 할 수 있다. 전쟁에서 적(敵)의 장수를 존중하지 않고 흥분해서 판단력을 잃는 것은 패망으로 가는 길이다. 그러나 아직 길이 있다. 냉철한 판단으로 책임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마지막까지 보여야 한다. 야당은 국민을 선동하여 정치투쟁의 먹잇감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보통의 일반 시민은 정치적 대타협을 통한 정국의 안정을 바랄 것이다.
출처 : NGO Press (엔지오프레스)(https://www.ngopres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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